탐험과 표현/소야의 단상
어느 아침의 나팔꽃
동틀 녘
2025. 5. 21. 07:13
어느 아침의 나팔꽃 / 소야
새벽을 몰아내고, 창 너머로 달려든 햇귀로,
괭이잠을 털고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어느 사이 담장에는
넝쿨장미 줄기를 따라 칭칭 감고 타고 오른 나팔꽃이 피어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누가 심어놓았나 했지만,
저 정도로 자라 올랐다면, 벌써 오래 전에 심어놓은 듯한데, 이제야 보게 되어
무심하기 그지없다.
마당이야 운동장만 할까,
창을 열고 고개 내밀어 보면 한 눈에 다 들어올 것을
어찌 보지 못하고 눈앞에 화려한 장미만 아름답다 했을까.
허긴, 밤이면 그 꽃잎을 닫아버리는 나팔꽃의 냉정함이 늦은 나의 귀가에 마중 나와 줄이 없거늘,
내가 어찌 그 존재를 알 수 있었을까.
오늘은 아침 햇살에 그 고개를 내미니, 내 너를 보는 구나.
아니면 설핏 든 잠을 깨운 햇귀 덕에 너를 보게 된 것인가.
하기야 너야 늘 아침이면 피고, 해지면 지는 꽃이거늘 네가 눈에 띄지 않음을 탓하랴.
나가는 길에 진작 고개 한 번 들어 올려 쳐다보아도 되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