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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노트

bath night -목욕하는 날.

by 동틀 녘 2024. 1. 27.

 bath night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사전에서도 찾기 어려울 만큼 생소한 단어가 되었지만, 예전에 영미권 일부에서는 주 1회 목욕하는 문화가 있어 사용하던 보편적인 말이었다. 이를 우리말로 굳이 해석한다면 ‘목욕하는 날’ 또는 ‘밤에 목욕하기’ 등이라 말할 수 있겠다.

wordreference.com에서 겨우 찾은 bath night에 대한 설명은 ‘저녁 목욕 예정(evening scheduled for bath)’이다. 덧붙여 놓은 설명을 보면, 농가에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 한 주의 모든 일이 끝난 토요일이 bath night 이다.’라고 하고 있다.

 

영미권에 살고 있어도 모두가 bath night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리브해 출신의 어머니를 둔 한 간호사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경험했던 bath night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어릴 때,  함께 놀던 친구가  일주일에  한 번 저녁 때마다 그의 어머니가 "bath night"를 외치면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친구에게  bath night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목욕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그에 대해 당연하게 여겼기 때문에  그 간호사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bath night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bath night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어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목욕 행사를 지저분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일축했다. 또한 그녀의 어머니는 매일 목욕하는 것이 좋은 위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그녀에게 강조했다.

하지만 그녀가 대학에 진학에 다른 문화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을 때, 물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개인위생을 위해 물을 사용하기보다 물을 마시고 음식을 준비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목욕을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경제적인 이유든 시간적인 문제든.

 

과거에는 물 공급이 수월하지 않았고, 목욕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 데다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주 1회 목욕을 하는 날을 정했을 것이다. 이 날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목욕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특별한 목욕 용품이나 목욕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 공급이 수월하지 않아 생겼을 행사에서 차츰 중요한 문화적 행사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모여 휴식을 취하고 서로를 돌보는 시간을 갖는 기회로 삼았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가정에 욕실이 생기기 전에는 대중목욕탕이 동네 마다 하나씩은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행사처럼 갔었다. 가족탕도 있어서 가족끼리 목욕하러 가기도 했었다. 요즘처럼 거의 매일 샤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 수 있겠지만, 이는 모두 물 공급이 수월하지 않던 때 생겨난 문화다.

 

 

동틀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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