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의 나팔꽃
어느 아침의 나팔꽃 / 소야 새벽을 몰아내고, 창 너머로 달려든 햇귀로,괭이잠을 털고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어느 사이 담장에는 넝쿨장미 줄기를 따라 칭칭 감고 타고 오른 나팔꽃이 피어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 누가 심어놓았나 했지만,저 정도로 자라 올랐다면, 벌써 오래 전에 심어놓은 듯한데, 이제야 보게 되어무심하기 그지없다. 마당이야 운동장만 할까,창을 열고 고개 내밀어 보면 한 눈에 다 들어올 것을 어찌 보지 못하고 눈앞에 화려한 장미만 아름답다 했을까. 허긴, 밤이면 그 꽃잎을 닫아버리는 나팔꽃의 냉정함이 늦은 나의 귀가에 마중 나와 줄이 없거늘, 내가 어찌 그 존재를 알 수 있었을까. 오늘은 아침 햇살에 그 고개를 내미니, 내 너를 보는 구나.아니면 설핏 든 잠을 깨운 햇..
2025.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