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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과 표현4

생각나는 대로 쓰기 2. 멀리 산의 능선이 보이고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보면 마치 그곳에 다다를 것이라 걷지만, 결국에는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발을 멈추게 된다. 여전히 산 능선은 멀리 있고, 내 발은 어느 산 중턱에 머물러 있다. 계속가야 할까? 저기 산이 있기에 올라가는 것이라 하지만 나는 등반가가 아니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고 산 정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는 것도 아니다. 산의 어딘가는 그저 내가 가는 길의 방향일 뿐이다. 산의 어디 쯤 그저 길을 따라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니 꼭 그것이 산 정상의 능선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음식의 맛이 다르듯 산의 어느 곳을 걸어도 다 맛은 있다. 산꼭대기에 오르지 못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패배주의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소리라고 해도 .. 2024. 3. 28.
생각나는 대로 쓰기 1- 흐린 하늘 하늘이 흐릿하고 먼지가 낀 것처럼 뿌옇다. 언제부터인지 하늘은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아진 것 같다. 비가 오거나, 흐린 하늘뿐이다. 어쩌다 해가 뜨고 청명한 하늘을 보게 되면 그 날은 복 받은 날 같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해도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늘을 쳐다볼까. 사무실이든 방안에 처박혀 있든 창문에 쳐져 있는 버티칼은 하루 종일 걷어진 적이 별로 없다. 그러니 매일같이 올려다 본 적도 없는 하늘을 보고 운운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어쩌다 버티칼을 걷고 책상 앞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작업을 하고 있는 꼴이라니. 오늘은 정말 어쩌다 버틸칼을 걷고 하늘을 본 것이고 하필 오늘 하늘이 매우 뿌옇다는 것이다. 창 너머로 멀리 산등성이 보이고 그 너머로 높이 솟아 올라와 있는 아파트 세 .. 2024. 3. 27.
영화 파묘를 보고... 파묘를 보고 3월1일 저녁. 코엑스에서 파묘를 봤다. 책에서는 첫 장이, 영화에서는 첫 흐름이 앞으로의 전개를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말하자면 독자나 관객이 이 작품을 편견 없이 끝까지 읽거나 볼 수 있도록 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법서에서도 늘 하는 말이 있다. 첫 마디를 선택하는 데 신중 하라는 것이다. 파묘는 처음부터 나를 집중시켰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았고, 나는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에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 요소, 요소에 숨겨 둔 복선이 흥미롭다. 김상덕, 이화림, 윤봉길,박자혜, 김원봉 철혈단, 보국사, 고영근 등 3월1일은 고통스러웠던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보였던 그 어느 기념일보다 중요한 날이다. .. 2024. 3. 3.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때 몸이 절로 움츠려들 만큼 날씨가 맵다. 옷을 제아무리 덧껴입어도 이상한 것은 이 놈의 한기가 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움직이는 것도 싫어진다. 따뜻한 방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그저 꼼짝 않고 있고 싶지만 현실은 그런 사치를 누리게 하지 못한다.  어제 서점 사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올해도 4000만원의 적자를 보았다며, 더는 운영을 하기가 어려운데 쉽사리 폐업도 하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자영업자는 현실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어도 직장에서 사표를 던지듯 폐업을 할 수 없다. 다른 일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업자 대출이 있을 경우에는 그 빚을 한꺼번에 청산하지 않는 한 폐업도 하지 못한다. 청산해야 할 이러 저러한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 못 낸 자영업자.. 2023. 12. 18.